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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연설문 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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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림수사학(修辭學)을 의미하는 레토릭(rhetoric). 오늘날 레토릭은 내용과 행동이 없는 허례적인 말장난으로 취급되며 좋은 의미의 단어로 분류되지 않는 듯하다. 원래 레토릭은 그리스 로마시대에 정치연설이나 변론에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화법을 연구하면서 탄생했다.

사람의 이성에 의존하는 논리학과 더불어 사람의 감성에 의존하는 수사학은 시대 흐름에 따라 다툼과 공존을 같이해왔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세기의 지도자들, 아니 설득의 고수들을 분석해 보면 최근 궤변 정도로 취급되는 이 레토릭이 대중을 이해시키고 희망을 줄 뿐만 아니라 국가적 목표를 같이 지향하도록 마음을 휘어잡는 힘의 도구였음을 알 수 있다. 검을 쓰지 않고도, 총을 쏘지 않고도 대중의 마음을 휘어잡고 세상을 움직인 비밀이 레토릭이었던 것이다.

레토릭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음을 감동시켰던 연설문 책을 다시 뒤적여 본다. 유명인 열 명의 연설문을 바탕으로 영어를 공부하자는 책이지만 오늘은 영어보다는 그 문장들의 느낌과 의미에 집중하고 싶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은 설명적이고 길며 장엄한 문장이 아니라 극도로 정제되고 압축된 단어를 치밀하게 배열한 문장이다. 여기에 말하는 이의 진정성이 가미되면 사람들은 감동하고 전율을 느끼게 된다.

이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16년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문이다. “더 많은 증오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더 많은 인간애입니다. ‘우리’와 ‘그들’로 나뉜 상황. 그러나 둘은 서로와 연결됨으로써 ‘우리’를 찾을 것입니다. 우리가 같은 부족의 일원이라는 것을 믿으면서,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공감하면서, 하물며 예일대생(하버드생의 경쟁자)들에게조차도 공감함으로써 ‘우리’를 발견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지도층, 유명인의 감동 있는 연설문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지금은 이론적 논리학만큼이나 감성적 수사학 또한 절실한 때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경제 환경과 갈등의 대립 구조에서 ‘우리와 그들의 구조’로 연설을 전개하지 않고 ‘나에서 시작해서 여러분을 거쳐 우리로 전개되는’ 멋진 연설문에 목말라 있는 것은 비록 나뿐만은 아닐 듯하다.

기업의 대표가 되고 보니 글을 쓸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어떻게 기업을 경영할지 머리로 생각하고, 사람들과 입으로 토론하고, 발로 현장을 뛰기 바빴기에. 한경 에세이를 쓰면서 나의 갈 길을 정리하는 데 글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게 됐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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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스럽게 (28일 밤 11시)

'농구 대통령' 허재가 구례 현천마을에 새로운 이웃으로 출연한다. 김종민의 안내로 현천마을을 둘러보던 허재는 빈집을 세컨드 하우스로 삼고, 이장님과 계약서를 작성한다. 직업란에 '감독'이라고 적은 허재는 "늦둥이 예능인이라고 적는 게 낫겠지?"라고 말해 웃음을 안긴다.

그리고 두 사람은 '현천마을 필수 코스'인 텃밭을 찾아 각종 작물을 구경한 후,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고구마를 캐기 시작한다. 첫 고구마를 캐낸 허재는 "종민아, 나 사진 한 장 찍어줘. 인생 첫 고구마야"라고 말하며, 감격스러운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놓는 귀여운 면모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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