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아파트 분리수거함
사람의 몸 근육은 어디 한군데가 안좋으면 다른 곳이 그걸 메꾸기 위해서 더욱 긴장상태가 유지되고 결국엔 다른곳도 망가집니다.
즉, 인과관계에 의해서 궁극적으로는 원래 좋지 않았던 곳 뿐만 아니라 다른 곳마저도 상한다는 거죠.
오늘 새벽 결승전 선발명단을 보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1. '김정민'이 수미로 나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가
: 이 친구가 수미로 나오면 발생하는 대표적 현상이 좁은 활동폭(활동량 자체가 적죠)으로 인한 미들진의 공백 발생 -> 상대의 역습확률이 높아짐 -> 우리팀 수비수들의 체력저하가 빨라짐
아주 단순하게 나타내면 이런데 좀 더 자세히 풀면
- 공격 전개 : 활동량이 적으면 공격전개 시 수비에서 공이 미들로 전달, 미들에서 1선으로 전달 자체가 힘겹게 이뤄집니다. 왜냐하면 수비에서 미들로 가는 공이 원활히 이뤄지기 어렵거든요. 실제 결승전 경기에서 김정민의 적은 활동량으로 인해서 패스를 주고 받는 삼각형 형태가 쉬이 만들어 지지 않았고, 심지어 이강인 선수가 내려와 공격전개를 할때에서 김정민이 주변에 좋은 자리에 있지 않아서 이강인이 상대 수비에게 둘러쌓이거나 이강인 스스로 해결해 버리는 상황이 꽤나 나왔습니다.
- 미들 압박 : 수비 시 미들에서 압박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김정민 이 친구는 안 움직입니다. 그러다 보니 압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중앙수비가 짊어집니다. 그래서 결승전에서 중앙수비들이 빨리 지치게 되고 실수가 많아지게 되는거죠.
- 수비가담 : 수미의 위치인데도 수비가담이 엉망이에요. 어슬렁어슬렁 거리면서 수비를 대충합니다. 그래서 항상 상대가 적은 수로 공격하는데도 공간을 많이 가져갈 수가 있었습니다.
2. 우크라이나가 에콰도르와 뭐가 달랐나
: 크게 다른 점이라면 우크라이나가 에콰도르보다 더 높이가 높았다 정도? 사실상 거의 비슷한 성향의 팀이었고, 그래서 에콰도르전에 맞춰나간 선발명단이 나오지 않은 점이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높은 활동량을 가진 팀을 상대로 김정민같은 어슬렁 축구하는 선수를 넣는게
김정민 같은 선수를 넣을거라면 그의 공백을 완화시켜줄 활동량 높은 수미가 필요합니다. 지우개 역할을 할 선수 말이죠. 하지만 김세윤은 지우개보단 BtoB에 가까운 선수죠.
3. 그래서 전반 이후 내린 결정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 후반전에 중앙수비를 보던 김현우 선수가 수미로 올라옵니다.(굳이 이 선수를 수미로 올린 이유도 우크라이나의 높이를 의식한 걸로 봅니다.) 이 친구가 수미까지 가능한 선수라고는 잘 안보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이 선수가 무언가 작업을 해서 상대 공을 빼앗았을 경우 주변에 공을 받아줄 선수가 없었다는거죠. 특히 미들에 그래서 드리블 한번 더 치다 빼앗기는 상황이 많이 나왔죠.
- 전세진 선수의 투입은 더욱 의외였습니다. 자꾸 불필요한 드리블을 하는데 왜 이 사람을 변화를 주기 위한 카드로 썼는가 하는 점에서요. 차라리 에콰도르전의 그 활동량 많은 미드필더들을 넣어서 우리의 위험요소를 줄이던가
- 마지막 이규혁 선수의 투입은 사실상 감독이 패배를 인정한 교체였죠. 뒤집기 어렵다는걸 인정해서 단 한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를 풀백으로 넣은 거라 봤습니다.
이 후반의 선수투입과 포메이션 변화는 사실 근본적인 문제점을 덮기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했죠. 바로 '미드필더진의 활동량 부족에 따른 중원 싸움 패배'라는 핵심에서 활동량이 적은 사람을 빼면 되는 것을 그대로 유지하려니 자꾸 엇박자가 나는 방향으로 가는거죠
4. 그렇다면 김정민은 고유의 역할을 잘 했는가
: 잘 했으면 이강인이 내려와서 공격전개를 그렇게 자주 하지 않았겠죠. 탈압박이 제대로 되지도 않고, 동료의 탈압박을 위한 움직임도 없고, 그렇다고 수비수 1차 보호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전진패스를 잘하는것도 아닙니다. 그냥 적게 움직이면서 공 예쁘게 차려는 쓸모없는 선수로 보였습니다.
5. 아쉬움
: 그간 정정용 감독이 보여줬던 전술의 변화, 선수운용법이 갑자기 결승전에서 말도 안되게 바뀌어 버렸으니까요. 이 양반이 토너먼트에서 내세운 변화를 생각해보면 결승전의 선발명단과 그 이후 선수투입, 전술변화는 상당히 어긋납니다. 그래서 준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내었는데도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리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역량을 다 발휘못했다고 보니까요.
6. 결
: 동네축구에서도 어디 한군데의 약점은 이를 상쇄시키려는 연쇄반응을 불러오고 결국 팀 내 균형을 깨뜨리게 됩니다. 결승전은 그런 전형적인 모양새를 띄었고, 그 도려내야할 상처를 반창고만 덮는 식의 땜질로 악화시킨 안타까운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